“한국, 교육열 더 높아도 암기식으론 유대인 못 이겨”(옮김)
- James
- May 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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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이야기' 100회로 마무리한 박재선 전 대사
외교관 출신인 박재선(67) 전 모로코 대사가 중앙SUNDAY에 인기리에 연재된 ‘유대인 이야기’(100회)를 최근 끝냈다. 2011년 3월부터 2년 동안 인물 중심으로 유대인의 역사와 정체성, 강점과 약점을 입체적으로 살폈다. 박 전 대사가 이번 연재를 통해 유대인에 대한 인식을 한 단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잇따른다. 그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유대인·중동외교 전문가로 통한다. 프랑스에 유학하던 1970년대부터 관련 자료를 모으고 사람을 만나는 등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온 덕이다.
박 전 대사를 14일 오후 중앙일보 라운지에서 만나 ‘유대인과 한국의 미래’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프리메이슨·일루미나티 등 세계 비밀 결사체도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외무부 근무 시절엔 우리나라 정상이 프랑스어권 정상을 만날 때 통역을 맡기도 했다. 클래식 음악과 와인에 관해선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과 경험을 자랑한다. 외교부 구주국장, 주세네갈 대사, 주보스턴 총영사, 주모로코 대사를 지냈다.
-유대인을 이렇게 상세하고 방대하게 국내에 소개한 건 유례가 없다.
“사실 그동안 교육 분야 말고는 유대인의 실상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첫째, 역사 속에서나 현대에서 유대인이 어떻게 세계를 경영하고 새로운 흐름을 주도했는지 살펴보고 싶었다. 둘째, 유대인에 대한 편견이 참 많은데 여러 논란을 균형 있게 다루려고 노력했다. 유대인을 연구한다고 해서 그들을 옹호하는 건 아니다. 정확하게 인식해 비판할 건 비판하고 바로잡을 건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인이 유대인에게 가장 먼저 배워야 할 점을 꼽는다면.
“교육열 측면에선 한국인이 유대인보다 더하면 더하지 덜하진 않다. 그러나 교육의 질과 창조성에선 차이가 크다. 창조교육으로 세계 어느 분야든 선도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하는데 사실 쉽지 않다. 유대인 교육의 강점은 호기심과 상상력이다. 두 가지를 결합하고 거기에 지식을 배양해 결국 지혜가 되게끔 만든다. 그들은 지적 호기심을 갖고 항상 문제를 풀려고 한다. 지식이나 진리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습성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유교식 교육의 영향으로 주입식·암기식 학습이 생활화됐다. 의미도 모르는 지식을 무조건 암기해 시간만 채우는 경쟁형·투쟁형 교육만 하는 꼴이다. 그러면 아무리 교육열이 높아도 유대인을 이기지 못한다. 창의력·창조성이 필요한 과학부문 노벨상이 그래서 안 나오는 것이다.”
-요즘 부쩍 중요시되는 발표·토론·협상의 기술과 내공이 다 거기서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감성을 바탕으로 한 한국인의 역동성에 유대인 특유의 논리를 결합하면 아주 좋은 시스템이 나오겠다.
“창의성·논리력을 키워주려면 사회 분위기가 진작돼야 하고 그걸 맡을 교수 인력도 양성해야 한다. 학생들도 그런 체제에 익숙해져야 한다. 엄청난 작업이다. 영재학교 몇 개 만들어 해결될 일이 아니다. 크게 보면 세대가 바뀌어야 해결될 문제다. 특유의 역동성에 논리성까지 갖춘다면 한국은 천하무적이 되지 않을까.”
(이하 생략)
중앙일보 2013-02-17